가계대출 한계, 그리고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개인사업자 대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성장도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이하 인뱅 3사)이 일제히 시선을 돌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사업자 대출(일명 사장님 대출), 더 넓게는 SME(중소기업) 금융 영역입니다.
핵심은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입니다. 인뱅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에서 당국 규제와 시장 포화라는 이중 제약을 맞닥뜨린 상황이고, 개인사업자·SME 시장은 비대면 기반 강점을 살려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무대가 됩니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가계와 기업의 중간’ 성격을 띠며, 비대면 대출 수요가 높고 상품 설계 여지가 큰 고객군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동시에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해 연체율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숫자로 보는 변화: 인뱅 3사,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커졌다
최근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성장률입니다. 인뱅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약 2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은 같은 기간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 대비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집니다.
- 인뱅은 ‘새 성장 곡선’을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찾고 있다
- 시중은행은 경기·리스크를 의식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나, 이미 시장이 성숙해 증가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구조적으로 금리 스프레드(대출금리와 조달금리의 차)가 더 크게 형성될 여지가 있고, 소액·단기·회전형(운전자금) 특성으로 이자수익 체감이 빠른 상품군입니다. 그래서 실적 압박 국면에서 인뱅이 먼저 강화하는 카드가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왜 하필 개인사업자 대출인가: 인뱅에게 유리한 3가지 이유
인뱅의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는 단순한 ‘대출 늘리기’가 아니라, 사업모델 전환의 성격을 띱니다. 배경을 세 갈래로 정리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1) 가계대출 규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인다

가계대출은 총량관리, DSR 등 각종 규제의 영향이 크고, 시장도 성숙 단계라 공격적 확장이 어렵습니다. 반면 개인사업자·SME는 정책금융, 생산적 금융과 맞닿아 있어, 같은 대출이라도 시장 분위기와 규제 체감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2) 비대면 강점이 빛난다

개인사업자는 바쁘고, 서류도 많고, 자금 수요가 수시로 발생합니다. “빠르고 간편한 비대면 심사”는 인뱅의 본질적 강점과 맞아떨어집니다.
3) 단순 대출이 아니라 ‘사업자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

개인사업자 고객은 통장, 카드, 세금, 매출·지출 관리, 정책자금 등 다양한 니즈를 갖습니다. 인뱅은 앱 기반으로 다음을 묶어 락인(lock-in)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사업용 입출금·자금관리
- 매출·지출 분석
- 세금(부가세 등) 대비 자동저축
- 정책자금 안내 및 통합조회
- 담보·신용대출 라인업
결국 개인사업자 대출은 ‘대출 상품’이면서 동시에 ‘고객 생태계 확장 장치’가 됩니다.
케이뱅크: IPO 이후 자본으로 SME 확장, 포트폴리오를 5:5로
이번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케이뱅크의 선언입니다. IPO를 완주해 유입되는 자금을 개인사업자·SME 공략에 본격 투입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케이뱅크는 현재 가계대출 중심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가계와 SME 비중을 5대 5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강조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출심사모형(CSS) 고도화
- SME 전용 상품 라인업 강화
- 비대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의 적극 활용
여기서 중요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성장과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방향성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커질수록 연체율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담보 기반 상품과 정교한 심사모형이 핵심 방패가 됩니다.
토스뱅크: ‘사업자 뱅킹’ 경험 자체를 바꾸며 고객을 모은다
토스뱅크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만 들이밀기보다, 일상 금융 경험을 묶어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연초부터 사업자 금융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래 라인업을 동시에 강화했습니다.
- 사업자 통장: 매출·지출 관리 기능
- 금고: 목적별 자금 운용
- 체크카드: 즉시 캐시백 등 혜택
이는 “통장 하나로 자금 흐름을 한눈에 보게 한다”는 접근인데, 개인사업자에겐 꽤 실용적입니다. 자금 관리가 곧 리스크 관리이기도 해서, 이런 기능은 고객 편의뿐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데이터 기반 심사 고도화에 도움이 됩니다.
또 2월에는 전문직사업자대출을 출시해,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인 전문직군(의사·약사·변호사·회계사 등)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고질적 약점인 건전성 문제를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요약하면 토스뱅크는 “고객군을 재정의해 연체 민감도를 낮추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카카오뱅크: 담보대출과 정책자금 편의서비스로 ‘생활 밀착형’ 확장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상공인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기능들이 눈에 띕니다.
- 고객 맞춤형 정책자금 대출상품 통합조회 서비스
- 부가세박스: 부가세 납부 대비 자동 모으기 및 리포트 제공
특히 부가세박스 같은 상품은 단순 예금 상품이 아니라, 사업자의 현금흐름을 안정화하고 연체 가능성을 낮추는 장치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납부 시즌마다 자금 압박을 받는 사업자에게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심어주면, 결과적으로 대출 상환 안정성에도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날의 검’ 개인사업자 대출: 성장만큼 중요한 것은 연체율 관리
개인사업자 대출이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기 하강기에는 연체율이 가계대출보다 더 빠르고 크게 뛸 수 있다는 취약성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3분기 기준 인뱅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1%대 중반으로 나타났고, 4대 시중은행 평균(0%대)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우려는 단순히 ‘연체율 숫자’가 아닙니다. 연체율 상승은 곧바로 다음의 연쇄 반응을 부를 수 있습니다.
- 대출 금리 인상(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 심사 강화 및 한도 축소
- 고객 체감 불만 증가 및 이탈
-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
따라서 경쟁의 승패는 결국 CSS 고도화와 리스크 관리 운영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1) 업종별·상권별 경기 민감도 반영

자영업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변동성이 큽니다. 동일한 ‘개인사업자’라도 위험도는 천차만별이므로 정교한 세분화가 필요합니다.
2) 현금흐름 기반 심사와 조기경보(EWS)
매출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조기 포착하면, 연체로 번지기 전 조건 변경, 한도 관리, 상담 등 대응이 가능합니다. “관리 가능성에 방점을 둔다”는 업계 코멘트는 결국 EWS 역량을 의미합니다.
3) 담보·보증·정책자금 연계의 균형

담보대출 확대는 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경기 급락 시 담보가치 변동과 회수 기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품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누가 더 많이’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지금은 인뱅 3사가 모두 개인사업자 대출을 키우는 국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쟁의 기준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적으로는 잔액 성장과 상품 확장이 눈에 띄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래 질문이 본질이 됩니다.
- 경기 하강에서도 연체율을 통제할 수 있는가?
- 대출 외의 서비스로 고객을 묶어둘 수 있는가?
- 데이터 기반 심사와 운영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하는가?
개인사업자 대출은 분명 인뱅에게 새로운 돌파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리스크 관리의 수준이 은행의 체력을 드러내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결론: 개인사업자 대출이 인뱅의 다음 라운드를 연다
가계대출 중심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진 지금, 인뱅 3사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선택했습니다. 케이뱅크는 IPO 이후 자본을 기반으로 SME 비중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토스뱅크는 사업자 금융 경험을 재설계하며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는 담보·편의서비스를 결합해 생활 밀착형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시장은 수익성만 보고 달리기엔 위험이 큰 영역입니다. 결국 성패를 좌우할 문장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성장은 숫자지만, 생존은 건전성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누가 더 정교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며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들지 시장의 시선이 모일 것입니다.
